[김부겸 기자회견문]
저는 오늘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선대위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참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저는 국무총리직을 마치면서 정치인과 공직자로서의 여정을 멈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정치를 하는 30여 년 동안 추구해 왔던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지 못한 책임과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공직을 떠나서, 우리 공동체가 더 어렵고 힘없는 이웃을 보살피고,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다음 세대의 미래를 열어주는 일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관련된 일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선대위에 합류해 달라는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한때 정치를 떠났던 제가, 다시 당에 돌아온 이유는 하나입니다. 무능력·무책임·무비전, 3무 정권인 윤석열 정부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입법부라는 최후의 보루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제가 국민 여러분께 드렸던 말씀을 지키지 못하고, 다시 정치 일선에 나서게 된 점에 대해서는 참으로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먼저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시장에 나가보면, 우리 서민들의 한숨이 참으로 깊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내수는 부진하고, 투자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뒤졌습니다.
민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나라의 미래인 R&D 예산까지 삭감했습니다. 보수정부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민생에 무능한 검찰공화국에 불과했습니다. 입법부의 주도권조차 정부 여당에 넘겨주게 된다면, 우리 국민은 믿고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주를 심판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독선과 독주, 퇴행을 견제할 힘이 필요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에서 휘청이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대처, 산업구조 대전환, 수도권집중과 지방소멸 대응, 기후위기 극복, 국민통합 등, 우리 앞에 산적한 국가적 과제가 너무나 많습니다. 당장 경제와 민생부터 살려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가 복원되어야 하고, 먼저 민주당이 굳게 서야 합니다. 민주당이 의회권력을 통해서 무능한 정부를 견제하고 견인하며 어려운 이웃들의 삶을 돌보고, 미래를 준비할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선대위 합류에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은 우리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매서운 평가 때문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을 원하시는 국민들이 우리 민주당에는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무엇보다 공천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투명성, 공정성, 국민 눈높이라는 공천 원칙이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께서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정이야 어쨌든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께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따뜻한 통합의 메시지가 부족한 것도 아쉬웠습니다. 저도 민주당의 한 구성원으로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그러나 이제는 선거가 눈 앞에 왔습니다. 모든 것을 떨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난 상처를 보듬고 통합과 연대의 정신으로 국민만 바라봐야 합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친명이니 친문이니, 이런 말들은 이제 우리 스스로 내 버립시다. 우리는 다 민주당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막고, 국민을 지켜야 하는 사명이 지금 우리 민주당에게 있습니다. 작은 차이와 다름을 내려놓고,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시는지만 생각해야 합니다.
총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떠한 기득권도 다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선배, 당원 동지들이 땀과 눈물로 이루어 낸 민주당입니다. 어떠한 이익도 민주당의 가치와 역할보다 앞설 수 없고, 어떤 당파적 명분도 국민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그것이 민주당의 정신입니다.
제가 선대위에 합류한다면, 당의 화합과 통합을 해치고 총선 승리에 역행하는 일은 결단코 막아낼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까지 저희 민주당이 잘못하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지금은 누가, 어느 정당이 나라를 위해 필요한가, 이 정부가 입법권력까지 다 가져가도 좋은가, 그것을 우선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민생과 민주주의,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저희 민주당을 선택해 주십시오.
민주당이 많이 부족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는 것도 민주당 뿐입니다. 저부터 반성하고 돌아보겠습니다. 민주당이 어떻게 해야 더 유능한 야당이 될 수 있을지 길을 찾겠습니다.
어떤 비판도 달게 받겠습니다. 힘내라는 응원도 해주십시오.
국민 앞에 늘 겸손한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한강조은뉴스 배명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