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조은뉴스 관리자 기자 ]
재래시장에서나 봄직한 마수는 파는 사람이 후하게 주는 대신 사는 사람이 깎거나 외상을 할 수 없는 거래의 기본이 있다. 일단 거래가 시작되면 흥정도 되고 기분에 따라서 덤이라는 추가서비스도 있었다.
집요하게 할인을 요구하는 깍쟁이 할미에 안판다면서도 결국은 몇 개 더 주는 후한 인심을 써가며 파는 것은 그래도 남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훌쩍 지나 골목마다 10%를 싸게 파는 슈퍼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진짜 남는 게 없을 만큼 마진율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동네 슈퍼, 소위 골목상권은 사람냄새가 훈훈한 삶의 정류장이었다.
집에 늦어진 엄마가 아이들에게 동네 슈퍼에 외상 긋고 식료품을 갖다 먹으라든가, 집안 열쇠를 맡겨두고 아이가 오면 찾아간다든지 물품보관소 역할까지 도맡았던 시절이었다.
사고파는 과정에 융통되는 자금은 지금처럼 대 기업의 유통경로를 통한 본사 입금이 아니라 동네에서 돌고 도니 자연히 슈퍼사장은 그 돈으로 동네에서 미용도하고 학원도 보내게 되며 택시도 타게 되는 원리다.
지역경제란 이처럼 순환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대형 마트 들어서면 고용창출 된다는 논리에 적어도 수 십 개는 문 닫아야 할 역기능은 어필하지 않는 모순이다. 물류의 패턴일까. 시대적 변화일까.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던 대형 마트들이 최근 들어 줄줄이 폐업조치에 들어갔다.
코로나19때문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점차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홈쇼핑에 밀리고 해외직구에 밀리는가 하면 일명 로컬 푸드와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 치여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유통기한을 넘겨도 서로 이해하며 넘어가던 동네 슈퍼와는 달리 한 가지만 걸려도 스마트 폰으로 사진 찍고 소비자 고발센터에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난리치던 소비자는 대형 유통센터에서 무한 제공하는 할인행사나 무료 쿠폰에 욕심을 내는가하면 폐점 시간에 맞춰 싼 것만 고르다가 진상 떠는 고객까지 별 패턴이 다 있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의 권리는 책임도 병행될 때 부여받는 것이지 무조건 왕이라는 갑의 입장만 여긴다면 자신은 영원한 갑일까. 아니다 한 다리 건너 구멍가계고 자영업자들이 먹고 사는 프렌 차이즈 점이나 뭐 한 가지라도 팔아야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야채가계 주인이 원만히 팔아 남아야 그 돈으로 식당도 가고 생선도 사는 것이지 갑의 입장만 내세우며 이기적인 마인드로 살아간다면 안 그래도 어려운 시절, 참 힘들고 피곤해질 것이다.
어디 일반 잡화나 공산품을 파는 곳 뿐 일까. 의류, 농, 축, 수산물을 거래하는 모든 공판장이나 중도매상을 거친 소매상들은 마지막 소비자를 상대로 목청 높여 밑지고 판다며 큰 소리 친다.
이 글을 보는 독자 분들에게 정중히 부탁드리고 싶은 사안은 물건 사러 가면서 온갖 인터넷 사이트 다 비교해 보고 사려면 생산자로 전락 하는 게 더 낫다.
매입단가와 임대료에 인건비에 간혹 재고 나는 물건까지 재하고 남아야 영위할 수 있는 게 상업이다. 적당히 줄거 주고 살 거 사는 게 사람 사는 순리 아닐까. 반대로 지나치게 이득을 취하려는 장사치는 물건 파는 일보다 몸으로 때우며 살아가는 길을 권한다.
수입소를 한우라 속이고 중국산 생선에 물감 칠해서 국산이라 속여 가며 고객을 호구나 봉으로 아는 심성이라면 장사를 할 자격이 없는 것이며 멀쩡한 상인들까지 도매금으로 욕 먹이는 짓이기 때문이다.
상거래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신뢰와 예절 이라는 게 있다. 불신을 초래하다보니 마진율이 높은 것이고 대형마트로 돌던 돈이 아예 해외직구라는 통로를 통해 외국으로 자본이 빠져 나가는 것이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보다 더 좋은 품질을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시장경쟁논리가 맞지만 온 국민이 다 해외직구로 소비패턴이 바뀐다면 국내 생산자와 중간유통자와 소매점은 더 이상 생존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게 맞는 것일까.
오늘은 소비자의 날이다.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구매자로써 원산지가 맞는지 중량이나 재질은 표시대로 제조되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며 지불한 돈만큼 가치가 있는 물건을 사야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양심을 속이는 판매자에게 구매자가 불안감 없이 믿고 살 수 있을까. 불신은 일개 상인에서 시작되어 사고파는 모든 사람들로 확산되며 종래에는 삶의 터전을 떠나는 소비자에게 눈물로 호소해도 소용없는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오죽하면 식품의약품안정처나 경기도청 특별사법경찰이 가끔씩 단속 나가도 무더기로 적발될까. 유통 과정이란 사람이 살면서 공존할 수밖에 없는 소중한 삶의 정류장이다. 특히 먹는 것으로 장난질치는 상인은 당사자가 판 음식을 평생사식으로 먹는 형벌을 내려야 근절되지 않을까.
대안이 있을까. 물론 있다. 파는 자가 헛짓하면 지금보다 매우 무서운 형벌로 다스리고 사는 자가 파는 자를 지나치게 괴롭히면 이 또한 형벌의 대상이 되어야 신뢰와 배려가 넉넉한 사회로 발전될 것이다. 오늘도 기온이 차갑다 남는 연탄난로라도 가져갈 사람이 있다면 무료로 얼른 주고 싶은 날이다.
경인 매일 회장 김균식